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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의 부작용

프로페시아 부작용

윤석금 2017. 7. 6. 10:07



허가 20년을 맞는 MSD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가 호된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

4일 한 포탈사이트에 '프로페시아'가 실검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네티즌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이다.

동일 성분으로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프로스카정(피나스테리드 5mg)'과 '프로페시아정(피나스테리드 1mg)' 등 피나스테리드 성분제제의 부작용으로 기분변형과 우울증이 추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탓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9일자로 피나스테리드 성분 제제에 대한 허가사항 변경(안)을 마련하고, 업계 의견조회에 들어갔다. 오는 14일까지 의견조회 기간을 가진 뒤 특이사항이 없으면 변경안대로 추진한다는 계획.

국내에선 한국MSD를 포함해 총 98개사가 142개에 이르는 피나스테리드 단일제를 탈모치료 목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양성전립샘비대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프로스카정과 제네릭의 경우 77개 품목이 변경 대상인 것으로 확인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0년간 우울 사례 508건·국내는 5건 보고= 사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이 우울감 등 정신신경학적 이상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외국의 시판후조사과정(PMS)에서 우울증과 투여 중단 후 성욕감퇴를 경험했다는 환자 사례가 집계됨에 따라, 국내외 의약품 설명서에는 관련 내용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뒤 20년 동안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의 우울증 사례가 해외에선 508건, 국내에선 5건이 누적보고된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스카를 복용한 환자들 중에선 해외 우울증 보고사례가 36건, 국내 사례가 1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 역시 한국MSD가 글로벌 차원에서 공유된 안전성 정보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관련 품목에 대한 허가변경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것이다.

 ▲ 식약처가 고지한 의약품 품목허가사항 변경지시(안)

식약처의 변경지시(안)에 따르면, 사용상 주의사항 '경고' 항에 기분변형과 우울증이 신설된다. 아울러 "피나스테리드 1mg을 투여한 환자에게 우울한 기분, 우울증 및 자살생각을 포함한 기분변형이 보고되었다. 정신학적 증상에 대해 환자를 관찰하고, 만약 환자에게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피나스테리드에 의한 치료를 중단하고 의료전문가에게 상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될 전망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구체적인 건수는 밝힐 수 없으나 유럽에서 우울증 및 자살생각을 포함한 기분변형 사례가 포착됐고 이를 식약처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허가사항 변경지시안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 "논란일 뿐…인과관계 성립 어려워"= 프로페시아는 체내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함으로써 탈모의 주범이 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막는 기전을 나타낸다.

해당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이 간접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 불면, 자살 위험성의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케 하는 추정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관련 약물을 처방하고 있는 의료진의 생각은 달랐다. 3가지 5-알파 환원효소 가운데 제2형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자살충동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이다.

단국의대 박병철 교수(피부과)는 "1974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유전적으로 제2형 5-알파 환원효소가 결핍되어 있는 환자군이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적이 있다. 해당 유형의 자연적 경과를 수십년간 추적 관찰했지만 우울증이나 자살 빈도가 일반인들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며,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제2형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수준이어서 우려할 만큼의 부작용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몇년 전 추가됐던 지속적인 성욕감퇴나 이번에 논란이 된 우울증, 자살생각에 관한 부분 모두 전향적 연구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아니라 시판후조사 과정에서 드물게 보고된 사례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현장에선 약물 복용 후 탈모로 인한 대인기피와 우울감이 개선되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환자들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 프로페시아 제품 설명서에 나와있는 시판후조사 관련 이상반응 보고 사례

이번 변경사항이 처방의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견해였다.

문제는 매스컴을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뒤 불안에 떨고 있는 환자들이다. 프로페시아와 프로스카의 부작용 추가가 집중 보도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발기부전 부작용은 들어봤어도 우울증이나 자살생각에 관한 내용은 처음이다" 혹은 "사실이든 아니든 왜 탈모인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냐", "안먹어서 머리없어지면 우울증과 자살충동이 더 심해질 것 같다"는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발기부전 등의 증상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전향적 연구를 통해 확인된 부분이라 처방받는 환자들에게 먼저 설명해 왔지만 우울감이나 자살생각에 관한 내용은 환자들이 묻지 않으면 먼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내용이 확대보도되면서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을 복용하면서 힘이 없다거나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호소하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