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영어 1부 “욕망의 언어

한국인과 영어 1부 “욕망의 언어, 잉글리시”

EBS 다큐 프라임 2015-2-2

▣ 복거일 / 소설가, 사회평론가

“영어 원어민 강사가 나오는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아이하고 행상하는 부모가 그냥 팽개쳐두고 혼자 놀게 하는 아이하고 같을 수가 없죠. 영어가 워낙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그걸 배운 사람들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부와 가난이 세습되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조선시대에 양반계급이 한문이라는 언어를 독점함으로써 지식을 독점하고 그래서 사회의 권력과 부를 독점했던 그 현상이 나온다는 겁니다.”

▣ 박노자 / 오슬로대학 한국학 교수

“경제적 지배층 안에서도 영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서열이 나뉘는 거고 피지배자 사이에서도 영어를 잘해서 대기업에 정규직이 되는 사람과 영어를 못해서 하도급 노동자가 된 사람으로 서열이 세워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로 신음하는 사회에 영어는 그 양극화를 완벽하게 만드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이병민 교수 / 서울대 영어교육과

“95년 이후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 이야기가 나왔고 신문들이 거의 영어 특집 기사를 매일 내보내다시피 한 거거든요. 그러면서 사실은 영어의 시대가 돼버렸죠. 저는 적어도 95년도 이후에는 거의 최근까지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15년 동안 거의 영어의 시대였다. 정부, 기업, 개인, 학교, 대학 제가 보기에는 그 어느 것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아요. 영어는 반드시 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 이런 일관된 톤으로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흘러갔기 때문에 개인이 엄청난 파고에 저항해 가면서 영어 대충하면 되지, 안 해도 돼,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던 것 같아요. ”

 

▣ 박재영 / 동국제강그룹 인사기획팀

“저희는 100퍼센트 자기소개서. 저희는 자기소개서를 다 읽습니다. 구직자들이 그걸 다 안 믿어요. 몇천대 몇백대 일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다 읽냐고 그러는데 저희는 다 읽어요, 정말 다 읽고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가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을 때 서류에서 떨어진 원인을 찾는데,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라든지 ‘직무 적합도’라든지 이런 부분을 보는데 구직자 입장에서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딱 드는 생각이 ‘내가 토익 점수가 낮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그 부분에 강박관념이 계속 발생해서 증폭되면서 요즘과 같은 토익 맹신 문화가 만들어진 거죠.”

▣ 박세현 / 이수그룹 인사기획팀

“자격증이나 토익 몇 점 이상이면 가산점이 조금조금 붙어요. 제로에서 더 열심히 한 사람은 가산점으로 인정해 주는 건데 문제는 여기서 붙는 가산점이 자기소개서나 이런 걸로 충분히 뒤집히는 정말 미묘한 차이라는 거예요.”

 

▣ 이병민 교수 / 서울대 영어교육과

“저 같은 경우에도 예를 들어서 해외에 나가서 영어를 할 때 중국학생, 중국 교수인데 나보다 영어를 못한다 그러면 굉장히 마음이 편하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 영어로 다 한다고 일본 교수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앞에서 더듬더듬 대고 있는걸 보고 있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내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죠. 그런 관계들이 있는 거죠. 그것에 대해서 어떤 문화권은 매우 많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너는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 자꾸 이렇게 가치를 부여하잖아요. 특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그러다 보니까 그런 평가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민감하죠.‘

▣ 기지 켄지 / 기지주쿠라 공무원 학원장

“이건 실제로 지난해 도청의 시험문제인데요. 처음에 현대국어 문제가 출시되고 여기부터 영어가 다섯 문제가 나옵니다. 영어 지문이 쓰여 있고 질문은 ‘어느 것입니까?’ 와 같은 수준입니다. 문장도 짧고 읽을 수 있으면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발음이나 문법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 오카자키 히토미 / 리쿠르트 편집장

“적성검사와 필기시험에 영어를 포함하는 회사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일부입니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회사의 성향과 맞는지 영어능력이 아닌 기본적인 일본어 능력 및 수학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영어를 능력의 평가 잦대로 사용하지 않는 일본

▣ 우에모리 히사유키 / 도쿄시민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일본 기업에서는 영어 점수보다는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영어를 할 수 있는가를 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영어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이토 요시우미 교수 / 도쿄대 교육학과

“미국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와 교류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 우리가 모국어를 소중히 하지 않고 영어에만 치중한다면 우리는 영어 원어민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모국어를 소홀히 할 경우 우리는 모국어를 통한 깊은 사고력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국민 전체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 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 왕창시 교수 / 인민대 외국어원

“영어 전공 교수님들도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시험을 없애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받고 졸업시험을 통과한다 해도 여전히 벙어리 영어라는 점 때문이죠. 졸업시험 합격자, 심지어는 고득점조차도 벙어리 영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 구직시장에서 영어 우대도 사라지는 중국

▣ 한쯔밍 / 기업 인사담당자

“저희 기업에서는 그렇게 높은 영어점수를 요구하지 않아요. 채용 후 양성시키면 되거든요. 영어 점수가 해외 부서에서는 중요시 될지 몰라도 국내에서는 아지까진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에요. 해외 부서의 경우 별도로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동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 왕창시 교수

“20세기에 중국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대학 졸업자나 귀국한 유학생이라도 해도 이제는 단지 영어실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영어와 더불어 전문지식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