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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C 주사, 미국 식약청에서 경고서한 발송

윤석금 2016. 2. 11. 13:59

PPC 주사, 미국 식약청에서 경고 서한 발송!


미국 식약청(FDA)이 'PPC주사'에 대해 드디어 칼을 빼들었습니다. 이른바 ‘지방을 녹이는 주사’인 리포디졸브 주사(PPC주사)가 미국 전역의 스파(spa)에서 공공연히 시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7일 FDA는 6개의 메디컬 스파와 이 약물을 공급하는 브라질 회사에 근거없는 주장을 철회하라는 경고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들 스파에서는 리포디졸브 주사가 부작용이 전혀 없이 지방을 녹이기 때문에 지방흡입술을 대체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라고 광고해왔습니다.


FDA는 이러한 주장을 입증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스파에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시술에 수 천 달러를 지불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FDA는 리포디졸브 주사를 맞은 후 피부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거나 딱딱한 결절이 생겼다는 보고서들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미용성형외과학회 회장인 레나토 솔츠 박사는 “FDA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오늘은 환자의 안전을 강조한 대단한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PPC주사는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정말 지방흡입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가 있을까요? 또 PPC주사는 정말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시술일까요?


PPC 주사란?


'리포디졸브’ 주사(PPC 주사)는 지방을 녹여 부분비만(군살)이나 셀룰라이트를 치료하는 일종의 체형치료 시술입니다.

 PPC는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의 약자입니다.


PPC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로 콩에서 추출한 성분입니다. 이 주사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2003년이었습니다.


PPC는 남미, 특히 브라질에서 90년대 말부터 미용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사용되었지만 PPC 주사 보다는 '메조테라피'가 더 많이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불을 당긴 것은 미국이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미국의 일부 의사들이 프랑스로 건너가 메조테라피를 배우고 와서 미국 의사들에게 이 시술을 전파하면서 고전적인 메조테라피가 아닌 ‘미국식 메조테라피’로 변질되었습니다. 미국식 메조테라피란 유럽보다 10배 이상의 시술비를 챙기는 미국 의사들이 빠른 효과를 얻기 위해 메조테라피 혼합용액에 많은 양의 PPC를 첨가한 것을 말합니다.


'PPC 주사'는 부작용 없는 안전한 시술인가?



브라질에서는 2003년에 PPC 주사의 오리지날제품인 '리포스타빌'(Lipostabil)의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PPC가 지방을 녹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병의원 뿐 아니라 심지어 미용실이나 에스테틱샾 같은 곳에서도 마구잡이로 남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2003년 메조테라피가 본격적으로 의사와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PPC주사의 사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2004년 미국 펜실바니아주 보건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PPC주사의 부작용 사례를 처음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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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바니아주 보건국 (PENNSYLVANIA DEPARTMENT OF HEALTH)

날짜: 2004년 8월 6일

내용: 포스파티딜콜린(PPC) 정맥주사 중 생긴 이상반응

2004년 7월 29일, 개인의원에서 PPC 정맥주사 치료를 받던 9명의 환자 대부분이 주사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였다. 이 중 3명은 주사액이 혈관 밖 주변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다.

2시간 이내에 3명의 피부가 퍼렇게 멍이 들었고 혈뇨(hemoglobinuria)가 발생했다.

이 3명은 곧바로 입원하였고, 초기 증상으로 복통, 메슥거림, 구토, 두통, 동공축소, 서맥(맥박이 분당 40회 정도) 등이 관찰되었다. 3명 환자 중 2명은 급성신부전으로 진행되었다. 이 환자들은 모두 다양한 이유로 PPC 정맥주사를 맞아왔다. 치료한 의사는 2년동안 아무런 부작용없이 PPC를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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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C는 정맥주사용으로 만들어진 약물입니다. 그런데 혈관 내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약물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얘깁니다.

 

2008년 미국 피부과 학술지(Dermatology 2008;216:180–181)에는 종아리에 PPC주사를 맞은 후 지방괴사(encapsulated fat necrosis) 덩어리가 발생한 케이스를 보고하였습니다.

<2008년 5월 5일 미국 ABC뉴스>

PPC 주사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2008년 미국 FDA에서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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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C (상품명 Lipo-Dissolve) 치료에 대한 미국 식약청(FDA)의 입장

FDA는 리포디졸브(Lipo-Dissolve)를 이용하는 치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FDA는 리포디졸브의 어떠한 치료에 대해서도 그 사용을 승인한 바 없습니다. 실제로 FDA는 지방을 녹이는 적응증을 가진 어떠한 약물도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 FDA는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승인되지 않은 약물을 승인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FDA는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일부 의사들은 리포디졸브 시술에 여러 약물을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승인되지 않은 약물이 포함된 혼합주사 역시 FDA는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혼합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는 “오프라벨(off-label)"이 아닙니다. ”오프라벨“은 승인받은 약물을 승인받은 적응증이 아닌 다른 적응증에 사용할 경우 쓰이는 표현입니다.

승인된 약물을 승인받지 않은 적응증에 사용하는 “오프라벨” 치료는 허가받은 의사의 전문적인 견해와 책임 하에 처방될 수 있으며 FDA는 그 안전성과 효능을 면밀히 평가하게 됩니다.

FDA는 PPC주사용 제제나 소디움 데옥시콜레이트 주사용 제제를 지방용해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오프라벨”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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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외과 학술지에서는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PPC주사 후 조직학적 소견을 관찰한 내용을 보고하였습니다(Dermatol Surg 2008;34:529–-543).

연구에 의하면 PPC는 '용량-의존적'으로 반응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 약물의 농도가 셀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거죠.

사람을 대상으로 조직학적 변화를 본 결과 가장 낮은 농도 (0.2 mL)에서는 염증반응과 함께 지방세포가 용해되는 초기 소견이 보입니다(그림 A). 농도가 조금 높아지면( 0.4 mL) 지방층염(panniculitis) 소견과 함께 지방세포의 파괴가 좀더 넓은 부위로 일어납니다(그림 B). 농도가 더 높아지면(0.8 mL) 지방층염과 지방세포 용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주위에 거품모양의 거품세포(foam cell)들이 보입니다(그림 C). 가장 높은 농도(1.6 mL)에서는 넓은 범위로 심한 지방층염 소견이 보이고(그림 D) 지방세포의 괴사, 미세혈관 손상, 혈관내 혈전 생성과 함께 지방조직의 상당부분이 섬유화된 조직으로 변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림 E).

이 논문 결과에 의하면 PPC주사가 지방세포막에 변형을 일으켜 지방세포를 용해하는 효과는 확실히 있습니다. 그런데 농도가 증가하면 지방층염, 섬유화 등으로 결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농도가 더 높아지면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혈관벽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혈관염, 혈전 등이 생깁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고농도의 PPC를 주사했을 때 피하지방층 아래의 근육괴사 소견도 보였습니다.

PPC주사에는 PPC성분이 주사용액에 잘 녹아들어가도록 데옥시콜레이트(sodium deoxicholate)라고 하는 성분을 추가하는데 이 성분은 마치 담즙 같은 작용을 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PPC의 지방용해 효과가 PPC 성분 때문이 아니라 데옥시콜레이트에 의한 효과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데옥시콜레이트 주사 전과 주사 3개월 후 조직학적 소견(Dermatol Surg 2007;33:178-189)>

대부분의 학자들은 PPC 자체도 지방세포막의 변형과 용해를 일으킨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PPC주사를 맞기 전 알아두면 좋을 사항

현재 병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PPC주사는 혈관주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PPC앰플(250mg/5mL)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PPC의 효과는 ‘용량-의존적’이라는 설명을 앞에서 했습니다. 이 농도의 PPC를 그대로 피하지방에 주사했을 때 지방에 염증을 유발하는 효과는 크겠지만 펜실바니아주 보건국 보고서의 내용처럼 혈관염이나 혈관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PPC 앰플을 그대로 피하지방에 주사하진 않습니다. 생리식염수로 희석하고 여기에 병원에 따라 L-카르니틴, 아미노필린, 리도카인 등 다양한 약물을 첨가하기 때문에 PPC의 농도는 앰플의 원액보다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농도를 어느 수준으로 했을 때 지방용해가 잘 일어나면서 섬유화나 지방괴사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이 시술하는 의사의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PPC 주사는 국소지방 감량에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흡입을 대체할 수 있을만큼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진 않습니다. (실제로 지방흡입 만큼의 효과를 보인다면 누가 지방흡입술을 받으려 할까요? 지방흡입술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비수술적 치료법인 메조테라피, 카복시, HPL, 고주파 등등의 치료법도 PPC주사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어야 합니다.)

부작용은 통증, 벌겋게 부어오름, 부종 정도의 경미한 증상(지방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므로 당연히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용량이나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손상이나 지방조직 이외 근육층 등에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PPC주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PPC의 효과와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의사가 본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이 치료가 도움이 될만한 환자를 잘 선택해서 시술을 한다면 환자가 만족할만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술법은 아직 '오프라벨' 시술입니다(미국 FDA는 이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따라서 이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이 시술법에 대한 객관적인 내용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치료법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약을 먹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는 효과가 큰 치료법일수록 부작용 위험성도 함께 증가합니다.

치료법을 결정할 때에는 이득과 위험성을 잘 저울질 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혼자서 하기 보단 전문가와 함께 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겠지요.